왜 야생 곤충은 도시에서 살아남지 못할까?

우리는 여름이면 벌레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도시에서는 야생 곤충의 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파트 단지에서 나비, 무당벌레, 풀잠자리 등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파리, 바퀴벌레, 모기처럼 특정 종만이 도시에 남아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야생 곤충은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야생 곤충이 도시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5가지 주요 이유를 생태학적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1. 식물 다양성 부족 – 먹이원이 사라진 도시

야생 곤충의 대부분은 특정 식물에 의존해 먹이를 얻고 번식합니다. 하지만 도심의 조경은 대부분 소수의 외래종 식물 또는 잔디, 소나무 위주로 획일화되어 있어, 곤충이 필요한 꿀, 꽃가루, 잎 등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나비는 특정 풀에서만 알을 낳는데, 그 풀이 사라지면 해당 나비도 함께 사라집니다. 도시는 미관 위주로 식물을 배치하기 때문에 곤충에게는 사실상 ‘사막’ 같은 환경입니다.

2. 과도한 조경 관리 – 서식지의 반복적 파괴

도시 공원이나 아파트 조경은 관리 효율을 위해 정기적으로 예초, 제초, 방역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곤충의 알, 유충, 번데기가 함께 제거되며, 매번 초기화되는 환경에서는 개체군 유지가 불가능합니다.

한두 번의 예초만으로도 해당 지역의 곤충 군집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지속적 서식이 가능한 공간이 도시에는 거의 없습니다.

3. 도시 조명과 야간 생태계 교란

LED 가로등, 간판 조명, 외벽 조명 등으로 인해 도시는 밤에도 밝은 환경이 되었습니다. 야생 곤충, 특히 나방이나 하루살이 같은 야행성 곤충은 이 인공 조명에 치명적으로 반응합니다.

조명에 유인되어 방향 감각을 잃거나 번식 행동에 실패하며, 결국 도시 중심부에서는 야행성 곤충이 거의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빛 공해는 곤충에게 ‘보이지 않는 포식자’와도 같습니다.

4. 열섬 현상과 기후 스트레스

도시는 아스팔트,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해 주변보다 2~4℃ 높은 열섬 지역이 됩니다. 이는 곤충에게 직접적인 생존 스트레스가 되며, 특히 고온에 약한 종일수록 도시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봄철 개화와 곤충의 출현 시기가 어긋나는 ‘계절 불일치 현상’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먹이는 없고 온도는 극단적인 도시에서 곤충은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5. 서식 공간 단절 – 날 수 없는 도시 구조

곤충은 이동 능력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도시는 도로, 고층건물, 인도, 주차장 등으로 조각난 서식지로 구성되어 있어, 곤충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야생벌은 500~800m 범위 내에서만 활동하는데, 이 안에 먹이와 둥지 공간이 모두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도심에서는 이런 ‘완결된 생태 조건’을 찾기 힘듭니다.

그럼 도시에서 곤충을 살릴 수는 없을까?

곤충이 살아가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 다양한 자생 식물 도입 – 꽃, 풀, 덤불 중심의 조경 전환
  • 부분 예초 및 친환경 방역 – 서식지 유지와 생물 보호 병행
  • 야간 조명 최소화 – 타이머, 간접조명 도입
  • 곤충 서식 공간 조성 – 곤충 호텔, 나비 정원 등
  • 건물 옥상 녹화, 생태 연결축 확보

일부 도시에서는 이런 시도를 통해 도심 내 나비와 야생벌이 다시 등장

결론: 곤충이 사는 도시는 인간에게도 좋은 도시다

곤충은 작지만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생명체입니다. 도시가 곤충을 배척하는 환경이 되어버렸다면, 이는 인간에게도 결코 지속 가능한 삶의 공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조금만 시선을 바꾸고 도시의 녹지를 곤충과 함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한다면, 도시는 다시 살아 숨 쉬는 생태계가 될 수 있습니다. 곤충이 돌아오는 도시, 그것은 결국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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